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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엄마가 쓰시던 압력솥은 풍년 압력 솥이었다. 압력이 올라가면 심하게 딸랑딸랑 소리를 내고 불을 줄여서 뜸을 들이고 다 되서 조금 기다린 후 추를 기울이면 푸쉭 소리를 내며 수직으로 흰색 김이 솟아올랐다. 쿠쿠 압력솥이 우리집에 들어오기까지 이녀석은 밥도 하고 삼계탕도하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고구마 감자 등 구황작물 요리에도 많이 쓰였다. 짙은 회색에 볼품 없는 모습에 시끄럽기까지 한 솥을 엄마는 참 열심히 쓰셨다. 엄마의 압력솥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1년 전에 인스턴트 팟(Instant pot)을 만났다. 운 좋게 아마존 프라임 데이 세일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한국 요리를 먹으려면 내가 해야 먹을 수 있는 이 곳 생활이라 한여름에도 지지고 볶고 쿡탑 앞에 있어야할 때가 많았다. 일하면서 약해진 무릎 탓에 김치나 베이킹처럼 오래 서있어야 하는 요리 후엔 며칠을 진통제에 파스를 써야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만 맞추면 잘 요리해주는 인스턴트 팟은 내 인생의 효자가 되었다.
한국 음식은 그야말로 노동 집약적인 음식이다. 다듬고 씻고 자르고 양념하고 조리고 볶고 끓이고 지지고 굽고 정말 끝이 없다.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의 장류는 지금이야 마트에서 사다먹지만 예전같으면 봄에 콩 심기부터 시작해서 기르고 수확하여 골라내고 말려서 삶아서 메주 만들고 띄우고 장까지 가는 과정이 거의 일년에서, 장이 맛있게 익기까지 수년까지도 걸리는 시간의 산물인것이다. 내 체력과 인내심으로는 참 견디기 쉽지가 않은게 바로 한식이다. 하지만 또 먹고 싶은것도 한식. 한국 사람인데 어찌하랴.
처음 인스턴트팟으로 한식을 많이 했지만 요즘은 도시락 싸는데 유용하게 쓰고 있다. 파스타는 나에겐 참 애증의 음식이다. 한국에서 에피타이져로 올리브유에 빵을 콕 찍어먹고 나서 조금 지나면 널찍한 그릇에 나오는 파스타들을 참 좋아했다. 사실 파스타 자체도 본 음식이기라기보다는 에피타이져라고 알고있기는 하지만 우리에겐 메인 디쉬였다. 내가 학생일 때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자주 가는 곳이 파스타식당이었다.
하지만 미국생활을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 식재료 비용을 아끼기 위해 파스타를 자주 해 먹었고 그 이후 나는 어지간해서는 파스타를 먹지 않는다. 평생 먹을 것 다 먹은 느낌이라 그런것 같다. 엄마가 어려운시절 많이 드셨다는 콩나물을 지금은 잘 안드시는 이유와 비슷한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파스타를 참 좋아하기도 하고 맨날 싸는 샌드위치 말고 좀 다른 것도 싸야할것 같아서 요즘 도시락 메뉴로 애용하고 있다.
인스턴트 팟 한 솥 파스타( Instant pot one pot pasta)
재료
- 파스타 한 박스
- 파스타 소스 한병
- 물 -소스병으로 반병
- 다진 채소 한줌(양파나 당근 파프리카 버섯 등)
- 올리브유
- 치즈 한 장
방법
- saute mode로 놓고 올리브유 한 스푼을 넣고 내솥이 달궈지면 다진 채소를 살짝 볶아 준다.
- 파스타 소스 한병을 내솥에 다 넣는다.
- 파스타 한상자를 내솥 넣는다. (치즈도 대충 잘라 넣는다.)
- 파스타 소스병에 반정도 물을 받아 내솥에 넣는다.
- off를 누르고 뚜껑을 덮는다.
- 추를 sealing 에 두고 manual mode 누르고 high pressure 5분
- 다 되면 바로 김을 빼고 잘 섞어준다.
애들 도시락 남편 것 다 싸고 두 그릇은 식혀서 냉장고나 냉동고에 저장. 나중에 도시락이나 비상 식량으로 사용한다.
Tip-ㅡ마카로니 모양은 5분정도면 충분하고 나비모양 파스타처럼 중간에 뭉친 부분이 있는것은 6~7분 정도하면 좋을 것 같다. 김을 뺄 때는 긴 주걱 등으로 추를 밀어야 김에 데는 것을 예방할수 있다. 물의 양은 파스타가 자작하게 잠길정도가 좋다.
이 모든 것을 아침에 다 해서 도시락으로 만들어 보낼 수 있으니 정말 고마운 물건이다. 말처럼 한솥에 끝나니 설거지도 줄고 시간도 줄고 만족스럽다. 개발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참 편리하게 잘 쓰고 있어서, 쓸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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